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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의 성범죄를 도왔나?

- 잇따른 연예인 단톡방 성폭력 사건에 부쳐


연예계 성폭력 뉴스는 사건 그 자체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한 편에서는 괴물같은 가해자에 대한 가십거리로, 다른 한 편에서는 이 뉴스 때문에 더 중요한 문제들이 가려진다며 분개했다. 더러는 합리적 의심으로 모든 사건들에 대해서 판단을 금지하기를 요구했다. 성폭력 사건에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유와 해결의 목소리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남성 중심 사회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해왔다.


2016년 가수 정준영이 불법 영상 촬영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정준영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분실되었다 주장했고, 경찰은 정준영의 휴대폰을 더는 찾지 않았다. 조사 결과로 혐의가 덜어진 것이 아니라, 조사 의지가 없었던 경찰의 판단에 혐의는 애초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정준영은 잠깐의 자숙기를 가진 이후 연예계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당시 최초로 정준영의 피소를 알린 기사에는 혐의 확정 이전에 기사를 올린 것에 대해 기자를 비판하는 덧글들이 달렸다. 그리고 2019년 오늘, 성지순례를 왔다는 장난스러운 덧글들이 이어진다. 지금에도 3년 전에도,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정준영 동영상’을 찾고 있을 뿐. 그렇게 피해자에게 또다시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 불법 촬영은 범죄이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동영상을 찾아내고 유포하는 일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준영에게 영상은 놀이였고 ‘몰카’는 습관이었다. 이렇게 범죄가 놀이로 여겨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몇 해 전 여러 대학 내에서 단톡방 성희롱이 폭로되었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지인의 사진을 합성하여 공유하다 적발되었다. 이들은 모두 순전히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미투 운동이 벌어진 이후 많은 남성들의 볼멘 소리도 역시다음과 같았다. ‘이제 장난도 치지 못하나.’


승리와 정준영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연예인, 기업인을 포함한 단톡방 성범죄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성범죄가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에 만연한 여성혐오적 문화와 남성연대가 이들의 성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고, 재생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분노는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정준영 일당이 스스로 시인했듯 이들에 대한 명백한 처벌이 필요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성범죄를 도왔던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혹자들은 이번 사건이 ‘버닝썬’ 폭행 사건이 가져온 나비효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곪을 대로 곪았던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문화는 결국 어떤 계기로든 터져 나왔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분명하다. 성폭력을 만들어온 남성 권력 카르텔과 여성혐오에 맞서야 한다.


 

2019 3 13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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