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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입양정책 속 외면했던 이들을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

- 15번째 '입양의 날'을 맞아


5월 11일은 한국정부가 2005년에 지정한 입양의 날이다.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건전한 입양 문화 정착과 국내 입양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날을 제정 했지만, 국내 입양을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생각할 뿐 구체적인 정책의 미비로 많은 비판 받아 왔다.  

 

한국 사회의 해외 입양은 ‘혼혈 아동’을 내쫓기 위해 시작되었다. 한국 전쟁 직후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동들은 아버지가 없고 혈통을 모르는, 즉 ‘근본이 없는 사생아’일 뿐 아니라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승만은 1954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한국아동양호회’라는 입양 기관을 설치했다. ‘아동 긴급구호’라는 명분하에 시행된 해외 입양을 통해서 이승만 정부는 비혼모 가정을 해체함으로써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혼혈 아동을 ‘아버지’의 나라로 보내면서 시작되었던 해외 입양은 점차 입양산업으로 변모하였다. 입양 기관과 미혼모 시설의 증가와 함께 해외 입양의 수도 크게 늘어 한국은 세계 최대의 아동 수출국이 되었다. 1976년과 1981년 사이에는 한국 출신 입양 아동이 미국 전체 입양의 50%를 차지했고 심지어 1985년에는 하루 평균 24명씩 입양을 보냈다. 비혼 임산부들을 지원했던 유일한 복지시설인 미혼모 시설은 입양 기관과 같은 기능을 했다. 이들 시설은 입양을 지속적으로 강요하여 시설 이용자의 80~90%가 입양을 선택하게 했다.  

 

슬프게도 해외입양은 입양산업이라 불릴 만큼 돈이 되었다. 미국 언론은 1980년대 한국 아동이 1명당 5,000달러로, 한국이 한 해 아동 수출로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비난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도 한국은 입양을 통해 약 3,500만 달러(한화 약 395억 4,400만 원)의 돈을 벌었다(KEI 한미경제연구소). 입양 기관들은 입양 보낼 아동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미아를 고아로 둔갑하여 입양을 보내다 적발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가는 비혼모를 통제하여 정상 가족을 보전하려 했다. 국가와 사회는 비혼모를 부적절한 성관계를 통해 임신한 타락한 여성으로 낙인찍었으며, 비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겼다. 한부모 가정은 온전한 가정이 될 수 없었다. 비혼모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지는 자녀를 정상가족의 형태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도록 입양 보내는 것이었다.  

 

해외 입양이 결정된 어린이들은 행정상의 편의를 위하여 ‘고아’로 둔갑되어 고아 호적을 갖고 해외로 나갔다. 입양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 하여 진행했기 때문에 양부모 선정 절차는 허술하게 진행되었고 심지어 양부모가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 쇼핑하듯 간편하게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빈약한 입양 절차로 미국으로 간 어린이들은 IR-4 비자를 받게 되었으나 IR-4 비자를 받은 어린이들은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재입양 절차를 통해서만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양부모들이 재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양부모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많은 이들은 결국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불법 체류 상태에 놓이거나 강제 추방당하기도 하였다. 현재 해외 입양인 중 3만 5천 명 가까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추방된 입양인이 국내에서 노숙인으로 발견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건복지부가 이들의 시민권 취득 문제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입양특례법이 전면 개정되고 2013년부터 한국출신 어린이도 IR-3 비자를 발급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중 입양 과정에서 관계당국의 허가를 요구하는 21조 (a)항은 유보하고 있으며, 국제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 협약 비준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입양특례법 개편 이전 입양된 이들에 대한 지원도 없이 수치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국적 미 취득자 중 절반 이상인 한국출신 미 취득자들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타인으로 존재한다.  

 

국가의 무책임한 입양 정책에서 외면 받았던 비혼모와 입양인의 삶을 이제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비혼모의 몸을 통제하여 사회적 낙인을 재생산하고 정상가족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정부는 한부모가정에서도 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비혼모 뿐 아니라 고아, 부랑인, 장애인 등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며 보호를 필요한 객체로 만들어버리는 ‘정상성의 정치’ 역시 멈춰야 한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해외로 입양된 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특히 국적을 갖지 못한 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국가는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이들이 시민권을 획득 할 수 있게 적극 돕고, 미국에 추방 금지를 요청해야 한다. 아울러 입양 정책의 편의를 위해 미루고 있었던 아동권리협약 21조 (a)항과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  

 

올해부터 정부는 5월 10일을 ‘한부모 가정의날’로 제정하여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제정한 의도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9년 5월 11일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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