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모든 ‘파리의 택시운전사’들과 함께하자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6-20 14:59
조회
970


이 시대의 모든 ‘파리의 택시운전사’들과 함께하자

-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오늘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아프리카 난민의 날을 그 유래로 하는 세계 난민의 날은 유엔 총회와 아프리카통일기구의 논의를 통해 2000년 12월에 채택되어 다음 해 6월 20일부터 공식적으로 기념되기 시작했다.

스물세 번째 난민의 날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전세계적인 난민·이주민 인권의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전쟁위기의 심화, 제국주의 세력들의 충돌과 내전으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 정서가 크게 번지고 있으며, 이러한 혐오 정서는 극우 정치의 성장과 맞물려 난민과 이주민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로 인해 가자 지구 주민의 80% 이상이 난민이 되었으며, 물, 식량, 의약품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난민 캠프와, 그러한 난민 캠프조차 피해가지 않는 이스라엘의 폭격과 공습으로 가자 지구의 난민들은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전세계적 난민·이주민 인권 퇴행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은 대표적인 ‘난민인권 악당’ 국가다. 1994년 난민협약 가입 이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 내외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인도적 난민 포용이 아닌 ‘가짜 난민 색출’에 초점을 맞추고 수많은 난민 신청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으며, 형식적 심사와 강압적 ‘취조’와 구금을 통해 난민 신청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모멸감을 주고 있다.

이주 배경 시민들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차별과 혐오 역시 심각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전의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노예처럼 일하느냐, ‘불법체류자’가 되느냐의 선택을 강요해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고, 강제추방의 위협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 일체를 빼앗는다. 자본은 초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여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다. 이주민의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도리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검토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노예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 총선 화제가 되었던 극우 후보의 ‘이주노동자 사냥’은 이주 배경 시민을 비인간화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24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40여년 전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던 한 망명자를 다시 떠올려본다. 군사독재로 한 개인을 정치적 망명자로 만들었던 1979년의 한국 사회와, 삶을 찾아온 난민을 다시 죽음으로 내몰며 이주민의 존재를 불법으로 만드는 2024년의 한국 사회는 얼마나 크게 다른가. 나와 다른 존재들에 대한 혐오가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 역시 자신의 책임을 직시해야만 한다. ‘불법’인 존재들의 자리가 있는 사회, 모든 쫓겨난 이들을 환대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우리의 인간성을 뒤흔드는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연결된 우리 모두의 해방을 위해, 이 시대의 모든 ‘파리의 택시운전사’들과 함께하자.


2024.06.20.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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