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위원회(준) 논평] 이상한(퀴어한)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6-28 20:55
조회
1116


이상한(퀴어한)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며


1969년 6월 28일, 55년 전 오늘 미국 뉴욕의 스톤월 주점에서 영광스런 투쟁의 역사가 쓰여졌습니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국가의 거센 폭력에 맞서 처절히 싸운 것입니다.

1969년 당시, 성소수자들의 성적지향과 성별표현은 곧 단속과 연행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던 6월 28일, '스톤월 인' 술집에 들이닥친 경찰의 공권력폭력에 반기를 든 항쟁의 순간은 곧 전세계 나라에서 매해 6월마다 퀴어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후 55년,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 억압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렇게 반세기 동안 성소수자들은 많은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더이상 동성애는 정신질환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사회에 떳떳히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반세기 전 그랬던 것처럼 존재 그 자체로 범죄인 삶을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시민권을 얻어낸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국가는 인구의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킵니다. 사회는 정상가족을 구성하지 않는 성소수자를 손가락질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존중하지만 내 앞에서 동성애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몰상식한 혐오를 내뱉습니다. 여전히 성소수자의 존재는 특이하고 기괴하며, 심지어는 불결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성소수자의 시민적 기본권마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혐오정치와 결탁한 지자체에 의해 성소수자의 집회시위 권리는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개최 장소 사용 불허로, 대구에서는 행정력을 동원한 집회 방해를 통해 퀴어문화축제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수 년째 퀴어문화축제 개최지마다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극우개신교 세력의 혐오집회는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가족 공동체를 꾸릴 권리,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 등 성소수자의 제도적 권리 역시 전무합니다. 차별금지법조차 없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은 성소수자 정체성을 차별과 공격의 대상으로 만드는 동시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스스로의 정체화가 아닌 타율적 인정의 문제인 것으로 호도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성별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는 화장실 안에서 “잠재적 성범죄자”가 되기도 하며, 성소수자로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성소수자들은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조차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의 권리가 전방위적으로 공격받고 있는 지금, 스톤월 항쟁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969년의 스톤월 주점은 탈가정 청소년인, 소수인종인, 성병에 걸린, 약에 중독된, 성소수자 공동체에서도 내쫓긴 “이상한(Queer)”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허름한 무허가 술집이었습니다. 스톤월 이전에도 물론 성소수자는 존재했으나, 스톤월 항쟁이 성소수자들에게 특히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회에서 밀려난 “이상한” 사람들이 투쟁의 한 주체로서 당당히 섰던 사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차별과 혐오의 벽은 공고합니다. 너무나 높고 단단해 돌파가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으로서 갖는 우리의 자긍심은, 또 다른 배제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되며, 착취와 억압을 끝낼 수 있는 잠재력이 되기도 합니다.

성소수자인, 노동자인, 여성인, 장애인인, 이주민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불화하는 우리는 주류에서 밀려났다는 점에서 모두 “이상한”, “퀴어한” 사람들입니다. 각자의 투쟁만으로는 공고한 차별과 혐오의 벽을 돌파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상함”을 매개로 서로 연결될 때,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그리고 이를 확산하는 지금의 체제를 넘어설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상한, 퀴어한 우리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퀴어한 사람들의 퀴어한 혁명에 함께해주세요!


2024.06.28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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