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위원회(준) 성명] 모두에게 혼인평등을, 사랑이 이길 때까지!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7-18 15:30
조회
932


모두에게 혼인평등을, 사랑이 이길 때까지!

-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대법원 선고에 부쳐


"결혼 관계를 맺기 위해, 두 사람은 그들이 이전의 그들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다. 몇몇 청구인이 밝히듯, 결혼은 죽음을 초월한 이어지는 사랑을 상징한다. (...) 그들의 희망은 우리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인 결혼에서 격리되어, 외로움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성을 확인받길 원한다. 헌법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허용하고 있다." (美 연방대법원 오베르게펠 대 호지스 판결, 2015)

2013년, 존 아서는 자신의 동성 배우자인 짐 오베르게펠과의 결혼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혼인신고서를 제출한다. 존 아서는 루게릭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가 자신의 사망진단서의 '배우자' 란에 오베르게펠의 이름이 적힐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오베르게펠이 자신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는 이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베르게펠은 16쌍의 다른 동성부부들과 함께 연방대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동성결혼의 금지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연방대법원은 찬성 5, 반대 4로 오베르게펠의 손을 들어주었고,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 금지는 위헌이 되었다. 오베르게펠은 존 아서의 사망진단서에 배우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는 것, 심지어는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나 서로의 배우자로서 인정받는다는 것 그 자체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에게는 숨쉬듯 당연한 일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게 한다. 이성부부 사이에서는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조차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이 '권리'라는 인식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당연한 일들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동성부부에게 그러한 권리가 보장된 일이 전무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선고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늘 대법원은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한국에서 판례로서 동성부부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다.

오늘의 판결이 있기까지 여러 차례의 곡절이 있기도 했다. 이미 승인되었던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청이 언론 보도 이후 '실무상의 착오'라며 취소되기도 했고, 이로 인해 시작된 1심 소송에서는 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동성부부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밝히며, 소송을 제기한 동성부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확정하며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될 권리를 인정했다.

오늘의 판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여전히 동성부부에게는 이성부부와 같은 광범위한 가족으로서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여전히 동성부부의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외의 다른 권리들은 미보장의 회색지대로 남아있다. 모든 형태의 가족 결합이 인정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밖의 다른 권리들이 동성부부에게도 인정될 수 있도록, 판례로써의 인정을 넘어 법률적으로도 이들의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당은 혼인평등법의 즉각 입법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결혼 제도에 대한 생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동성부부의 가족구성권 인정은 현재의 결혼 제도가 기반하고 있는 이성애중심주의와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일임은 명백하며, 현재의 결혼 제도와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것은 권리의 보장을 보다 평등하게 확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노동당은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 그리고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급진적 기획으로서의 혼인평등을 지지한다.

성소수자 혐오를 동력으로 서울과 충남의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고, 정치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양분으로 삼는 인권위기 상황에서, 오늘의 판결은 또한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차별과 혐오가 아무리 거셀지라도, 결국엔 인권이, 평등이, 그리고 사랑이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보수정치가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을 때, 노동당은 성소수자가 보편적 권리의 주체로 살아가는 그 날까지 평등의 정치로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다시 한번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소소부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2024.07.18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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