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소신"이 인권위에 설 자리는 없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8-13 17:55
조회
682


반인권적 "소신"이

인권위에 설 자리는 없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지명을 규탄한다


인사는 메시지다. 대통령의 국가인권위원장 지명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방향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아래와 같은 사람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안창호, 1957년 8월 5일생. 85년 1월 서울지검 초임검사 임관,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다 2011년 서울고검 검사장을 역임했고, 다음 해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되었다. 검사 시절 민주노동당 당직자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며, 헌법재판관 시절의 주요 의견으로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반대 등이 있다.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에는 ‘동성애반대법률가모임’에 참가, 보수기독교계의 입장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적극 앞장섰고,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기도 했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일, 보수적인 검찰 출신 법조인의 이력이다. 그런데 이게 차기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이력이라면 믿어지겠는가?


한 헌법재판관의 “소신”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에 대해 대통령실은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꼽았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2일 “안 내정자는 헌재 재판관 당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다”며 안 전 헌법재판관의 “소신”을 치켜세웠다.

그가 헌법재판관 시절 보였던 “소신”들을 보자.


“국민의 법 감정에 따라 사형제는 존치돼야 한다(2012년 9월, 인사청문회)”

“특히 간통죄의 폐지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2009헌바17등, 간통죄 위헌에 반대하는 소수의견)”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무시하고 양심이라는 주관적인 사유로 병역의무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 국민들 사이에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을 심화하고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2011헌바379등, 양심적 병역거부자 불처벌과 대체복무에 반대하는 소수의견)”

“피청구인 정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大逆)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2013헌다1, 통합진보당 해산 보충의견)”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그의 “소신”이 담긴 발언들도 함께 살펴보자.


“(차별금지법은) 동성애에 부정적인 비판은 제한되고 긍정적인 평가만 가능케 하여 동성애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긴 행진'의 수단이 될 수 있다.(2020년 8월)”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인 의무 내용을 모르는 채 엄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2022년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위헌을 주장하며)”


법조인으로서 그는 항상 자유와 권리보다는 보수적 사회통념을, 인권보다는 국가와 종교에 대한 본인의 신념을, 사회적 소수자 차별 구제보다는 차별을 만드는 체제를 공고화하는 것을 선택해 왔다. 이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리고 그의 소신은 보수적 검찰 주류에게 영합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장의 소신일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지명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즉각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인권위가 정권과 검찰의 소유물인가

윤석열 정권 내내 인권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지난 6월 이후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기능정지된 배경에는 이충상·김용원 두 상임위원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인권위 상임위원’의 직함을 단 채 성소수자 혐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혐오발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및 여성혐오 발언 등 반인권적 막말을 쏟아냈고, 급기야는 회의 참석조차 거부하며 인권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로부터 ‘반(反)인권위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충상·김용원 위원 역시 안창호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인권 분야와 관련된 뚜렷한 경력이 없는 등 ‘인권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인사들이나,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판사 출신인 이충상 위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선대위의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여당인 국민의힘 몫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위원은 안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검찰 출신이다. 윤석열 정권에게 국가인권위원회란, 인권위 위원장과 상임위원이란 무엇인가? 인권 보장 책무를 뒷받침해줄 전문적 경력도, 인권에 대한 이해도 필요 없이, 인권위를 ‘코드인사’, ‘혐오인사’로 채우고 있다. 인권위가 정권과 검찰의 소유물인가?


인권의 가치는 거리와 광장에 있다

반(反)인권위원들의 몽니에 폐허가 된 인권위, 반(反)인권위원장 임명으로 혐오세력에게 잠식당하는 것까지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차별금지법도 혐오표현 금지법도 없는, 인권 보장을 위한 기초적인 안전장치가 전무한 한국 사회에서 제도적 영역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인권위원회이지만, 흔들리는 인권위원회의 마지막 보루 역시 제도권 밖 시민들, 사회적 소수자 시민들이다. 인권위원회가 처음 설치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의 작지만 소중한 인권 제도 진전들도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만든 성과이기 때문이다.

인권의 가치는 대통령실과 대검찰청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들이 모인 거리와 광장에 있다. 우리,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힘으로 정권과 혐오세력의 인권위 사유화를, 한국 사회 인권위기를 막아내자.


2024.08.13.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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