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소한의 의의는 있으나 아쉬움이 더 크다 - 헌재의 탄소중립 기본법 일부 위헌 판결에 대해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8-31 14:46
조회
1002


최소한의 의의는 있으나 아쉬움이 더 크다

- 헌재의 탄소중립 기본법 일부 위헌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29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의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에 대비해서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본법임에도 2031년 이후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전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시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 조항을 제외한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031년 이후의 감축 목표가 아예 없다는 것만 문제삼았을 뿐, 제8조 1항의 시행령에 제시된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나 그에 따른 부문별, 연도별 감축계획이 지닌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두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시민의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최소한의 의의는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의를 두기는 어려운 어정쩡한 판결이며 아쉬움이 더욱 크다. 

우선, 현재 제시된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의 문제점을 간과하고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현재의 계획 그 자체가 문제다. 형식적인 목표만 제시되었을 뿐 실질적이고 구속력있는 실행계획이 거의 없다. 2018년은 총배출량 기준이면서 2030년은 순배출량 기준으로 그 기준을 바꾸어 감축량을 과장한 것도 일종의 사기임에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감축계획을 수정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는 감축을 거의 하지 않고 임기 이후에 대규모 감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일종의 떠넘기기를 한 것도 문제다. 2031년 이후의 감축목표는 그 이전까지 감축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이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단지 2031년 이후의 감축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문제에만 집착했다.

형식적으로 제시되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기 위한 구체성이 있는가와 그 과정이 과연 평등하고 정의로운 방식인지 실제 내용을 따졌어야 한다. 환경권이 헌법적 권리라는 것은 이것이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국민들에게 평등하고 안전하며 존엄한 삶이 보장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탄소감축을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은 시장이 주도하도록 맡겨두거나 그 피해를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대기업과 부자 등 더 큰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공공재생에너지를 비롯해서 주거나 돌봄 및 의료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기후위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약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에게 보다 평등하고 안전하며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권리로서의 환경권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다. 우리 노동당은 환경권이 단지 형식적인 숫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더 나아가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현재의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를 바꾸어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2024. 8. 31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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